기획 빅데이터-AI, 신약 임상개발 좁은문 연다
항암제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암환자에게 기존 치료제를 복용해야 하는 대조군 참여를 강제할 수 있을까? 환자 수가 적어 임상시험 조차 어려운 희귀질환의 대조군 선정은 또 어떻게 할까? 신약 임상개발의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는 대안으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이 떠오르고 있다. 실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빅데이터와 AI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행한 항암제 임상을 인정한 바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이러한 글로벌 동향을 예의주시 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상황은 아니다. 빅데이터와 AI가 임상개발에 어떻게 접목되고 있는지 짚어 본다.
1. 신약개발에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필요성
2. FDA가 신약개발 임상서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하는 관점
3. 연구자가 말하는 빅데이터와 AI
4. 임상시험에 실질적으로 활용되는 AI와 빅데이터
5. 빅데이터-AI 가이던스를 위한 식약처의 움직임
코로나19 팬데믹은 임상시험에도 큰 영향을 주며,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임상시험 참여 대상자의 방문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가와 지역간 이동이 제한되며, 임상시험모니터요원(CRA)의 현장(On-Site) 모니터링마저 어려워짐에 따라 시험기관 내 임상 데이터 품질 관리에도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팬데믹 초반인 지난해 4월에는 같은 기간 대비 임상시험 참여 대상자수가 74% 감소하는 등 전세계 의료 서비스 및 임상시험이 마비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자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 식품의약청(EMA)을 포함한 글로벌 규제기관들은 임상 IT 솔루션을 적극 활용할 것을 권고하는 임상시험 수행에 대한 긴급 지침을 선포했다. 이에 따라 전세계 임상시험기관들은 임상 IT 솔루션을 적극으로 도입했다.
히트뉴스는 메디데이터 취재를 바탕으로 신약개발 회사들이 임상 IT 솔루션(빅데이터 및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정리해 전달한다.
#1.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해 임상 효율성을 높이는 법
임상시험 시험대상자의 등록 및 유지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지역간 이동 제한, 안전 조치, 시험기관 접근성 제한 및 외출제한령 등으로 인해 임상 스폰서는 고려해야 할 사항이 더욱 많아졌다.
이전에는 임상시험을 진행할 때 충분한 임상시험 대상자를 확보하기 위해 여러 군데의 많은 시험기관들을 선정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이러한 전략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우수한 성과를 내는 소수의 시험기관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임상시험 흐름이 바뀌고 있다. 즉, 의뢰자(스폰서)는 성과정도가 천차만별인 수많은 시험기관 중 최고의 국가, 시험기관을 고심해 선정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이 ‘인텔리전트 트라이얼스(Intelligent Trials)’다. 인텔리전트 트라이얼스는 실시간 성과 분석 매트릭스와 예측 모델 등 AI 기반 고급 분석 기술을 통해 임상시험의 계획과 시행 과정의 최적화를 돕는다.
이 솔루션은 빅데이터 및 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해, 시험기관 선정에 도움을 준다. 시험기관 레벨 및 시험대상자 레벨 데이터를 바탕으로 임상시험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시험기관을 식별하고, 인공지능(AI) 기술 통해 시험대상자의 등록 완료 시점을 예측해 빠르게 조기 대응하고 등록률 가속화 및 운영 전반을 개선하고 있다.
이와 함께 리얼월드데이터(RWD)를 활용해 임상 참여자 모집수를 줄이는 전략도 가능하다. 대표적으로 메디데이터의 ‘인테그레이티드 에비던스(Integrated Evidence)’가 있다. 현재 RWD는 다양한 의학적 근거로 활용될 수 있으나, 이를 임상시험에 활용할 정도로 정제되지 않는 한계점이 있다.
이를 해결하고자 메디데이터는 AI 솔루션 에이콘 AI(Acorn AI)를 활용해 2만 건 이상 임상시험, 600만 명 이상의 시험대상자를 분석해 사전 통합된 RWD로 구성된 교차 의뢰자, 과거 임상시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임상시험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도록 인테그레이티드 에비던스를 제공한다.
솔루션 ‘인테그레이티드 에비던스’를 활용해 과거 임상 데이터 및 실제 임상 데이터(RWD)를 활용하면 기존에 출판된 문헌 이상의 분석 및 추가적인 안전성 입증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시험대상자의 전자의무기록(EMR) 또는 RWD를 과거 임상시험 데이터와 비교해 임상시험 설계의 신뢰성과 타당성을 담보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실제 임상 관행을 보다 잘 반영할 수 있도록 시험대상자 모집단의 포괄성에 대한 이해를 돕거나, 사례 중심 임상시험의 표본 크기 요건, 환자 모집수를 잠재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
#2.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해 임상시험 절차의 효율성을 높이는 법
올해 1월 항암제를 개발하는 국내 바이오벤처 ‘웰마커바이오’는 글로벌 1상 시험을 직전에 둔 대장암 치료제 (WM-S1)의 시험 기관 선정 및 데이터 관리 최적화를 위해 메디데이터의 시험기관 적합성 평가 솔루션 ‘Study Feasibility’를 도입했다. 호주와 한국, 미국에서 임상시험을 계획 중인 웰마커바이오는 해당 솔루션을 통해 호주의 임상시험 기관을 선정하고, 윤리위원회 승인을 위한 임상시험계획서를 제출했다.
Study Feasibility는 업계 전반의 시험기관 성과 데이터를 통해 임상시험에 가장 적합한 시험 기관 및 국가를 선정해 대상자 등록을 가속화할 수 있다. 2만여건의 임상시험에서 수집한 성과 매트릭스와 빅데이터로 설계한 예측 모델과 임상시험 혼잡도 매트릭스를 활용한다. 임상시험의 프로세스를 정밀하게 계획하거나, 국가별 ·시험기관별 성과를 거시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한 글로벌 대형 제약사는 에이콘 AI의 인텔리전트 트라이얼스 서비스를 활용해 초기에 뒤처졌던 연구를 크게 가속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 제약사는 연구 초기 대상자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Performance Analytics를 통해 비슷한 규모의 임상시험과 대상자 등록률을 대조했을 뿐 아니라 각 연구의 프로토콜 복잡성, 대상자 부담여부를 함께 비교 분석했다.
이후 저조한 등록률의 원인을 파악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 크게 등록률이 크게 높아졌다. 또 에이콘 AI의 성과 분석 솔루션을 활용해 과거 성과, 경쟁 연구 현황 등을 꾸준히 고려해 적절히 임상 시험 실행에 반영하고 있다.
Performance Analytics는 임상시험 및 시험기관의 성과를 실시간으로 확인 및 예측할 수 있는 업계 유일의 AI 솔루션. 성과분석 대시보드를 통해 현재 진행중인 임상시험의 현황과 업계 평균 및 백분위를 직접 대조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문제를 조기에 파악하고, 연구의 방향성을 조정하여 기관의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다.
#3.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해 임상시험을 하는 법- SCA 중심으로
합성시험대조군(SCA)은 과거 임상시험 데이터를 활용해 가상의 대조군을 형성함을 의미한다. SCA를 활용한 임상 연구는 치료군만 모집하고도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 환자 모집이 어렵거나 위약 투여 과정에서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암 및 희귀질환 대상 임상시험을 중점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임상시험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대상자 모집 비용을 절감한다.
메디데이터의 합성대조군(SCA) 구성 시에는 각 대상자에 대한 기준 인구 통계 및 질병 특성을 고려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대상자가 실제 등록 후 연구를 진행했던 사이트에 대한 정보까지 포함돼 있기 때문에 데이터의 신뢰성이 높아 실제 활용 사례도 축적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메디세나(Medicenna Therapeutics Corp)’는 재발성 교모세포종(rGBM)을 대상으로 한 제3상 등록 시험에 메디데이터의 SCA를 도입했다. 이는 처음으로 제3상 임상시험에 혼합 외부 대조군(합성대조군 시험 대상자와 무작위 시험 대상자를 결합)의 사용이 허용된 사례로, 향후 합성대조군(SCA)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다.
‘셀시온’은 지난해 3월 메디데이터 SCA를 통해 GEN-1을 사용한 제1b상 용량 증량 OVATION1 시험의 환자 특성에 거의 완벽하게 일치하는 데이터를 얻었다. 이에 셀시온은 GEN-1을 이용한 진행성 난소암 대상 제1/2상 OVATION2 시험의 제2상을 부분 합성대조군으로 진행하고, 이를 통해 비용 절감 및 임상시험 등록률 향상을 도모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2019년 메디데이터는 미국 비영리 암 연구단체인 ‘Friends of Cancer Research’와 파트너십을 맺고 합성대조군에 관한 기반 연구를 진행했다. 이 결과, 합성대조군이 기존의 무작위 대조 연구 결과를 비슷한 수준으로 모방할 수 있음이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비소세포 폐암(non-small cell lung cancer) 치료제의 단일군 임상시험은 동일 주제로 이루어진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과 동일한 결론을 나타냈다. 이는 합성대조군을 활용해 기존 무작위 대조군에 필요한 환자 수를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